우연히 노을과 만나다
박창호 · 1회차 · 이야기
초여름 해질녘 오후 6-7쯤, 나는 가족과 해안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환장하도록 아름답게 지는 것을 보았다. 잔잔한 바다 위 듬성듬성 섬인듯 육지 끝자락인듯 야트막한 산들이 있고, 주황, 노랑, 진보라와 옅은 남색이 하늘을 물들이며 산 뒤로 해가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나는 차를 세우고 가족과 사진을 마구 찍었다. 배도 갈매기도 없던 바다라 바다쪽 소리는 기억나는 게 없고, 한적한 도로를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의 달리는 소리와 와이프의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쾌한 바람과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맑은 공기가 있었다.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은 와이프와 둘째 아들이었다. 둘째 아들은 맨날 있는 해넘이가 뭐 그리 대단한가 하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사진은 찍어주었다. 와이프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나는 이 미소 지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 느낀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와이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