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충사 백산 스님

강승규 · 2회차 · 이야기

철 들어서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남긴 분들은 모충사 주지 백산 스님과 제 집사람 정영애입니다. 모충사 주지셨던 백산스님은 스님이시면서 시인이자 속세의 업보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시고 항상 구도자와 속세의 아버지의 위치에서 공신하셨던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모충사를 생각하면 대웅전 풍경소리와 스님과 나눴던 찻자리, 속세의 아들이 행패를 부리면서 부서져있던 불상, 독경 소리가 떠오릅니다. 용각산 기슭의 맑은 산 향기, 새소리, 불두화 향기가 떠오릅니다. 대웅전 밑 요사체에서 스님의 침실 옆 수 많은 책들과 차, 찻잔들이 있던 차방이었습니다. 차방에는 찻잔을 놓는 나무 뿌리로 만든 멋진 차상과 물 끓이는 화로가 정갈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편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스님과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 제가 가지고 있던 슬픔이나 고민, 불교속 얘기들, 불경에 관한 말씀들을 나눴고, 저희 부부에게 선물주신 금빛 불경과 스님의 낡고 다헤져서 너덜너덜하게 기웠던 승복도 떠오릅니다. 그 불경은 황금빛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불경 앞 장에 제이름을 적어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혼자였습니다. 차방은 늘 같이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였고 차 향기가 맴돌고 있었습니다.